어린이날인 5일 비가 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 행사장이 텅 비어 있다. 2024.5.5/ 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
어린이날인 5일 두 아이를 데리고 광화문광장에 나온 김종환 씨(47·남)는 "녀석들이 호주에서 태어나 한국의 어린이날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도 비가 내려 아쉽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호주에는 어린이날이 없어 아이들이 어린이날을 잘 모른다"며 "오늘 재미있는 행사도 많은 데 하필 비가 내린다"며 하늘을 쳐다봤다. 이날 '서울페스타 2024' 행사가 열린 광화문광장은 신발이 다 젖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 때문에 썰렁한 모습이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가족 방문객들은 내리는 비로 행사가 대폭 축소되자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열한 살 및 다섯 살 난 손주 남매와 함께 온 엄경숙 씨(70·여)는 "어린이날이라 이야깃거리라도 만들어 주려고 한 달 전 예약했다"며 "비가 내렸지만 일단 시내로 나왔다"고 말했다.
우비를 입은 채 빗속을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올라왔다는 김수현 씨(41·여)는 "비가 내리지만 나름의 운치가 있는 것 같다"며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비가 와도 즐거운 모양"이라고 웃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4.5.5/ 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
서울시청 광장도 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책 읽는 행사'가 취소되고 '해치의 마법마을' 코너는 사진 찍고 기념품을 받아가는 정도로 축소됐다. 화창했던 전날 5000명이나 방문한 것과 달리 이날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행사장 가운데 있는 볼 풀은 오전에 잠시 열었다 안전 문제로 급히 문을 닫았다. 행사 관계자는 "어제는 풀장에 들어오려고 서로 줄을 섰는데 오늘은 150명 정도만 왔다"고 말했다.
열한 살 아들과 함께 왔다는 이정경 씨(44·여)는 "어제 사진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왔다"며 "비가 조금 원망스럽다"고 아쉬워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입구 앞 부스에서 이름표 달아주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4.5.5/ 뉴스1 © News1 박혜연 기자 |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도 한산했다. 길을 잃지 마라고 이름표를 붙여주는 행사 부스와 지문 사전등록제를 홍보하는 경찰서 부스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방문객보다 운영진이 더 많았다.
사단법인 색동회가 주최한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에는 초대객을 제외한 일반 관람객이 10명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초구에 사는 이 모 씨(44·여)는 "비 때문에 사람이 없어 더 좋다"며 도리어 한적해서 좋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에 사는 고 모 씨(46·여)도 "사람이 너무 많으면 불편한데 오늘은 사람이 적어 여유가 있다"며 "아이들이 비눗방울도 날리고 새도 보면서 즐거워한다"고 웃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가족들 2024.5.5/ 뉴스1 © News1 박혜연 기자 |
어린이대공원 실내전시관 '서울상상나라'는 비를 피해 들어온 가족으로 북적거렸다.
아빠 손 잡고 두리번거리는 아이, 엄마와 수다 떠는 아이, 뛰어다니다 풀썩 주저앉는 아이, 드러누우며 떼쓰는 아이를 상상나라 1층에서 볼 수 있었다.
송파구 주민 유 모 씨(41·남)는 "비가 내리니 야외보다 이런 전시관이 좋다"며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2~3시간은 금방 간다"고 말했다.
여덟 살, 다섯 살 딸과 함께 실내전시관에서 그림을 그리던 김 모 씨(41·남)는 "상징적인 날이어서 예약까지 했는데 비가 내린다"며 "아이들이 실내에서도 잘 놀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실내 전시관 '서울상상나라' 매표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4.5.5/ 뉴스1 © News1 박혜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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