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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부모의 길…이모 학대한 30대 딸은 살인자가 됐다

[사건의재구성] 모텔서 지적장애 이모 무차별 폭행한 30대
범행 들킬까 병원 미이송해 숨져…아버지 CCTV 전원 꺼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2024-05-05 06:34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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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64·여)와 B 씨(69) 부부는 딸의 범행을 은폐하려다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이들 부부는 전남에서 모텔을 운영했다.
A 씨는 배다른 여동생인 피해자 B 씨(사망 당시 59세·여)에게 10년 넘게 모텔 청소, 빨래 등 허드렛일을 돕게 하고 이불방 하나를 내줬다. 

B 씨는 148㎝의 왜소한 체격에 지적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마땅히 머물 곳이 없어 이들 부부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최소한의 급여나 생활비도 받지 못했다.

문제는 외국 유학을 떠났던 이들 부부의 딸 C 씨(38·여)가 돌아오면서 시작됐다.
2021년 9월 국내로 돌아온 C 씨는 이 모텔에서 거주했다. 자신은 카운터 일을 보고 이모인 피해자에겐 빨래, 청소 등의 업무를 지시했다.

그는 2022년 5월 14일 이모에게 3층 규모의 객실 전체를 청소하도록 했다. 이모가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며 3시간 사이 8차례에 걸쳐 얼굴, 배 등 온몸을 주먹과 발로 때렸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이모는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의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C 씨는 바닥에 주저앉은 이모의 목을 조르는 등 재차 폭행했다.

폭행 이후에는 다시 1층으로 끌고가 이불 세탁일을 하게 했다.

이모는 사흘 뒤 이불 보관실에서 골절, 내부 출혈 등으로 숨졌다.

A 씨 부부는 딸의 범행을 알고 있었다. 피해자의 얼굴엔 멍자국 등 딸의 폭행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들은 딸의 학대 범행이 발각될까봐 고통을 호소하며 움직이지도 못하는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아버지 B 씨는 딸의 폭행 사실을 숨기려 CCTV의 전원을 끄기도 했다.

수사를 통해 유기치사,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 부부는 지난달 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2심 재판에서 항소가 기각됐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정훈)는 "피고인들은 장애인복지단체에 2000만 원을 기부했지만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며 "누구든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보장을 노력해야 한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가족관계에 있었던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고령의 지적장애인인 피해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모텔에서 노동을 강요 당하고 최소한의 급여도 받지 못한 채 지내왔다. 아무런 방어능력이 없던 피해자는 심한 폭행을 당해도 구조를 요청하지 못하고 사망해 피고인들의 죄책이 무겁다"며 A 씨에 대한 징역 6년과 B 씨에 대한 징역 2년을 유지했다.

살인,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C 씨는 1심에서 징역 25년을, 2심에서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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